블록체인 시장의 어제, 오늘, 내일
블록체인 시장의 어제, 오늘, 내일
암호화폐라는 현상은 지나고 보니 광풍이었다. 아직 법이 채 나타나지도 않은 곳에서 너무 많은 일들이 갑자기 일어나고 또 갑자기 사라졌다. 비트코인이 오늘은 얼마, 이젠 비트코인 아니라 이더리움의 시대, 아니 알트코인의 시대, 정말 요란했다. 법이 없으니 뭐든 가능하다 떠들어대서 어지러운데, 법이 없으니 보호받지도 못했다. 그러다 조용해졌다. 암호화폐 가격은 순식간에 폭락했다. 요즘 다시 올랐다지만 정점에 비하면 한참 낮다. 좀 오르나 싶다가도 다시 뚝 떨어진다. 왜 이리 불안정한 걸까.
암호화폐 시장의 불안정성은 암호화폐 그리고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는 근본적 원인 외에도, 명백히 투기적 양상을 보이는 상황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제법 진지하게 관심 가졌다가도 어째 좀 불안하다며 사업을 포기한 기업들도 많다. 그러나, 그러고 말 일이 아니다. 잠깐 불다가 그친 바람쯤으로 여기기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의 존재는 너무나 중하다. 그러니 암호화폐, 아니 블록체인 관련 산업의 지난 이력을 복기해 보고 현황 그리고 미래를 전망해 보자.
아이디어 → 실물 → 기업력(力) 경쟁
단지 블록체인뿐 아니라, 모든 신기술과 신사업은 산업 태동 초기에 비슷한 양상의 풍토 변화를 겪는다.
처음은 ‘아이디어 경쟁’이다. 이 시기엔 기획서만 한 장 달랑 내밀고도 큰 투자를 받을 수 있다. 블록체인 사업도 그러했다. 10명 미만 직원수의 스타트업들이 순수 아이디어로 경쟁했다. 실증 없는, 심지어 구현할 기술도 보유하지 않은 백서만으로 투자금을 모으기도 했다. 지금은 그 기업들 상당수가 자연히 도태되었고 모았던 돈도 모두 사라졌다. 아직 활동하고 있다면 비교적 믿을 만한 기업이라고 봐도 될 지경이다. 블록체인 산업 전반에 대한 불신의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다.
실증 실패 리스크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하면 프로토타입 시연 등 ‘실물 경쟁’ 단계로 넘어간다. 아이디어만 가지고는 투자 유치가 어렵다. 사업적 매력과 가치도 널리 알려져 스타트업 외 대기업들도 뛰어든다. 이때 블록체인 업계에도 꽤 큰 변화가 일어났다. 삼성이 자사의 스마트폰에 암호화폐 지갑 기능을 추가하는 등 대기업 활동이 활발해졌다. 삼성의 ‘넥스레저’, LG의 ‘모나체인’, 네이버의 ‘링크체인’, 카카오의 ‘클레이튼’ 등, 공개적으로 활발하든 암중모색하든, 블록체인 기술 및 제품 연구개발이 본격화된 시기다. 빠르게 지나갔다.
[사진=Pixabay]
대기업 참여가 본격화되고 나면 ‘기업력 경쟁’ 단계다. 이젠 아이디어뿐 아니라 실물마저 그리 큰 매력으로 보이지 않게 된다. 물건만 쓸 만하다고 팔리더냐, 의심이 커진다. 대기업 주도로 대규모 생태계형 안정화 경쟁이 시작되고, 스타트업에겐 신규 진입 기회가 종료되는 셈이다. 그 전에 충분한 기업력을 갖춰야만 생존이 가능하다. 지금은 급속히 기업력 단계로 진입해 신규 진입 장벽도 거의 다 세워진 상태다. 이전 단계 방법은 통하지 않는, 확연히 기업력 승부 단계다. 이 변화만으로도 시장은 상당히 안정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기업력 경쟁의 양상은 강자 경쟁이다. 강자 경쟁은 강자의 룰로 진행된다. 1)규모, 2)기술, 3)안정 등 강자의 필수조건을 갖추지 못한 기업은 도태된다. 강자 경쟁에서 선택할 생존전략은 3가지다. 1)기존 강자와 본격 경쟁한다. 2)기존 강자의 체계로 흡수된다. 3)기존 강자가 벌인 생태계 안에서 안정한다. 어떤 길을 택하든 그 성공 여부 또한 기업력에 따라 결정된다. 규모, 기술, 안정, 모두 필수다.
블록체인 기술이 산업적으로 활발할 분야는 2가지, ‘블록체인 핀테크’ 그리고 ‘IoT 블록체인’이다. 금융 산업 생리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블록체인 핀테크’가 토큰 이코노미를 운영하고, 사물인터넷 체계에서 사물인증 및 사물결제 수단으로서 활약하는 ‘IoT 블록체인’이 머신 이코노미를 운영하며, 둘은 향후 블록체인 산업 전체를 주도할 것이다.
블록체인 핀테크, 정부라는 ‘벽’을 넘어서야
블록체인 핀테크 관련 기술 발전은 당장 현실적으로도 시급한 문제다. 현재 개인 간 거래는 아주 기본적인 안전 수준에서부터 너무나 부실하다. 개인의 키 관리 책임 과도함 문제가 심각하고, 안전 우려 때문에라도 개인 아닌 기관 규모의 거래가 일어나지 않아 산업 확장에도 한계가 있으며, IoT 기반 머신 이코노미와의 연계 등 외부 체계와의 연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미래 성장성마저 불투명하다.
따라서 가장 절실한 것은 위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엔터프라이즈 규모의 ‘키 커스터디’ 기술이다.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블록체인 핀테크 산업은 기본 안전성도 확보할 수 없다. 사업의 성패 이전에 사업 활동이 아예 진행될 수가 없다는 뜻이다.
기술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블록체인 핀테크 산업은 아주 거대한 벽을 넘어야 한다. 초강자의 힘으로도 넘기 벅찬 벽이다.
무려 페이스북이라는 대기업이 내세운 ‘리브라’ 앞을 가로막고 선 높은 벽을 보라. 리브라의 등장을 자국 통화 주권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한 중요국 정부들부터 반대하고 나섰다. 프로젝트 참여를 선언했던 기업들도 하나둘씩 협업에 난색을 표하고, 본사 또한 강행 의사는 밝히고 있지만 프로젝트 공개 초기에 비해 목소리에 힘이 많이 빠졌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끝내 안 될 일은 아니라고 예상된다.
IoT 블록체인, 머신+토큰 이코노미를 향해
블록체인 핀테크에 비해 ‘IoT 블록체인’은 아무도 위협으로 인식하거나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역기능 없는 순기능만 가진 순수 긍정적 기술로 보인다는 점만으로도 IoT 블록체인은 이미 블록체인 산업의 간판이 될 자격을 갖췄다. 그리고 이 분야는 기존 강자의 경쟁자 저항감이 적기 때문에 스타트업에게도 신규 진입 기회가 충분히 있다.
IoT 블록체인 기술은 사물인터넷과 블록체인의 ‘단순결합 → 사물인증 → 사물결제’ 순으로 단계 진화한다. 최종 사물결제 단계에 이를 때 ‘IoT 블록체인’은 ‘블록체인 핀테크’ 서비스와 완전히 결합함으로써 ‘머신+토큰 이코노미’가 본격화된다.
바로 이 지점이 블록체인 산업의 미래다. 양자의 발전 속도 그리고 결합 시점은 섣불리 예측할 수 없지만, 규제 장벽 그리고 선제적 안전성 확보 등의 문제에 따라 토큰 이코노미의 발전 속도가 머신 이코노미에 비해 다소 느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리 먼 미래의 일은 아니다.
IoT 블록체인 투자, 스마트카에 집중될 것
IoT 블록체인의 단일상품 중 기업의 연구개발과 사업적 투자가 가장 집중될 대표상품은 스마트카다. 자동차 기술의 지적재산권 관계가 아주 복잡하므로 컴퓨팅 위치 결정 등 법적 문제 해결이 난항일 거라 예상되며, 각개 및 전체 시스템의 투명성과 복잡성 해결 등 전반적 균형 잡기가 중요한 만큼 자동차 제조사의 사업 성질 변화가 크게 요구된다.
자동차란 물건은 초거대 교통 체계의 일부로서 내외부 복잡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차량 내에도 복수의 블록체인 지갑 탑재 그리고 연동이 필요하다. 이 분야에서 활동하려는 기업에게는 V2X 통신, CA 등 인증, ITS 등 교통 체계, 스마트그리드 V2G 과금 체계 등 IoT 관련 기술 전반 그리고 자동차 기술과의 결합 역량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스마트카는 자동차만의 문제는 아니다. 외부 장치 특히 공공 교통체계와의 연결을 위해 소통 데이터 형식 규격화 및 일반화 등 민관 공동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관련 산업 부흥의 영향으로 자동차 데이터 가치가 금전적 가치를 갖게 돼 분배의 공정성 문제가 부각되고, 그에 따라 데이터 생산자의 지분 분배의 공정성 문제 해결을 위한 데이터 저작권 관리 시스템이 보강되어야 한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머신+토큰 이코노미’는 완성된다.
블록체인 산업의 현재 단계 그리고 미래 전망을 살펴보았다. 다소 불안정해 보이는 와중에도 이 산업은 논리적으로 안정화되고 있으며 미래 향한 방향성 또한 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