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모빌리티와 미래사회
스마트 모빌리티와 미래사회
‘스마트 모빌리티’가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가고 있다. 하지만 신기술 도입의 과도기 현상과 부작용은 있다. 아직 개념이 정립되지 않아 전동 휠이나 스쿠터를 떠올리는 사람들도 많다. (좀 애매하지만 ‘퍼스널 모빌리티’ 용어가 그나마 적절해 보인다.) 스마트 모빌리티 사업화 관련 사회적 논쟁도 아주 뜨겁다. 기술 혁신이냐 기존 학살이냐, 목숨까지 걸고 치열하게 다툰다. 어서 순조롭고 평화롭게 정리되길 바랄 뿐이다.
그러나 스마트 모빌리티는 개인 기기 그리고 개인 사업 문제만은 아니다. 스마트 모빌리티는 심각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으로서, 보다 크고 넓고 깊은 논의가 필요한 일이다.
사회문제 ≒ 도시문제 ≒ 교통문제
국제연합(UN)은 2050년에 전 세계 인구의 약 68%(현재 55%)가 대도시에 거주하리라 전망한다. (‘2018 Revision of World Urbanization Prospects’, UN) 10명 중 7명이 도시에 산다면 도시문제가 곧 사회문제인 셈이다. 가장 심각한 도시문제는 교통 체증이다. 지금도 대도시 교통 체증은 엄청난 스트레스 요인인데 지금과 비교할 수도 없이 나빠질 테니, 상상조차 싫을 지경이다. 도시계획과 교통정책 차원에서도 아주 기초적인 삶의 질 때문에라도 사회적으로 해법을 찾아내야만 한다.
대도시가 감당하기 벅찬 인구를 주변 위성 신도시로 분산하는 ‘도넛’ 도시계획은 이미 한계에 부딪혔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전체 반경이 커짐에 따라 도시와 도시 사이 거리가 멀어져, 도시 간 이동 효율이 극도로 나빠졌기 때문이다. 반대로 구도심 공동화 현상도 극심해졌다. 구도심 용적률 제고 등의 정책을 통해 인구 수용력을 높이는 해법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을지로 재개발 논쟁을 보면 사회문제를 매끄럽게 해결하기 위한 첫 단추인 대화 역량이 충분한지부터 살펴봐야 할 형편이다.
도시 구조 개조와 더불어, 교통 자체의 복잡도가 높아지고 효율 요구가 급증함에 따른 문제 해결도 시급하다. 정부는 시대 변화에 걸맞은 도시계획과 교통정책을 통해 문제 해결의 방향을 수립하고 관리해야 한다. 기업은 기술 연구개발과 사업 추진을 통해 문제 해결의 실제 방법을 주도해야 한다. 그리고 시민사회는 삶의 질, 환경, 에너지 등 사회적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요구하는 역할을 맡는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시민사회, 3자의 역할 균형이 중요하고 특히 사회여론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할 일이다.
스마트 모빌리티, 교통문제 해결할 기술혁명
사회가 요구하는 기술의 복잡도와 효율을 기존 기술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때, 기술혁명이 일어난다. 지금껏 늘 그래 왔다. 문제는 늘 발생하고 인간은 결국 해법을 찾아냈으니. 사회문제이자 도시문제인 교통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유력한 기술적 해법이 ‘스마트 모빌리티’다.
스마트 모빌리티는 교통환경 전반의 대규모 네트워크화, 분산된 각 교통체계 통합과 종합관리 시스템 도입 등의 혁신이다. 우선 고속도로 및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부터 협력주행 나아가 자율주행 도로를 순차적으로 도입하고 전기차 물류 전용도로 등 교통효율과 환경영향 등을 고려한 사업을 국가 차원에서 적극 추진할 때다.
스마트 모빌리티 기술은 미래도시 교통 문제의 가장 확실한 해법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반시설, 이용방식, 이용수단 등의 전면적 혁신이 필요한데, 현재 기술 연구개발 그리고 사업화 추세로 보아 곧 그럴싸한 해법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한 산업 분야이기도 하다. 스마트 모빌리티 기술의 주안점과 유념할 점들을 살펴 보자.
드라이빙 데이터 대부분은 민감 정보
스마트 모빌리티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데이터다. 특히 자동차와 운전자가 생산하는 ‘드라이빙 데이터’는 쾌적한 교통과 효율적 에너지 사용 등을 실현하기 위한 위한 기초 자료다.
드라이빙 데이터는 교통 안전과 효율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 및 기업에서 산업재로 활용된다. 그 중요도가 높아짐에 따라 드라이빙 데이터의 수집, 처리, 보관 등 데이터 운영이 아주 민감한 문제가 되고 있다. 드라이빙 데이터 대부분이 보안등급이 매우 높은 민감한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데이터의 안전과 공정성
드라이빙 데이터의 안전은 자동차보안 문제로 수렴하고 있다. 스마트 모빌리티 적용 분야가 늘어남에 따라 기존의 차량 물리적 안전에 한정되었던 교통 정책과 규제도 점차 데이터 중심의 사이버시큐리티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자동차 물리보안과 전산보안의 위상은 곧 역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 목숨이 걸린 일인 만큼 ‘자동차보안’이란 용어의 위상부터 한층 더 높아져야 한다.
드라이빙 데이터의 가치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그러나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필수적으로 활용되는 드라이빙 데이터가 정작 데이터 생산자에게는 아무 이익도 챙겨 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데이터를 안전하게 정제하고 가공해 거래하고 그 이윤을 공정하게 나누는 방법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원하는 기업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안전하게 구매할 수 있게끔 하고 해당 데이터를 생산한 개인 또는 기업에게 정당한 사용료를 지급하는, 말하자면 ‘데이터 저작권 관리’ 플랫폼이 필요하다.
레거시의 스마트화
스마트 모빌리티는 미래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사회적 논의와 기술 연구개발이 절실하다. 지금 스마트 모빌리티는 논쟁에 휩싸여 있다. 이해관계자 각자의 입장이야 다르겠다만, 뭐든 새 것이 나타났다고 해서 헌 것을 일거에 싹 쓸어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거기에도 사람이 산다. 신구 상생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기존 교통 체계를 한동안 유지하면서도 스마트 모빌리티 환경에 조화롭게 편입될 수 있게끔 돕는 적정기술, 이를테면 ‘레거시의 스마트화’ 기술이 필요하다. 기술혁명의 후폭풍 피해를 줄이기 위한, 연착륙 방법 이야기다.